미국/일상

아토피 아이를 위한 5년간의 로션&크림 방황기

Cozyevan 2023. 12.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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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피부트러블이 시작된 건 50일 촬영 이후였어요.

출산 후 한국에 있는 친정에서 지내던 때라 

단순한 태열이라 생각했고 조리원에서 공동구매했던 쁘리마쥬를 바르고 있던 때라

로션만 잘 발라주면 괜찮을거라 생각했었죠.

 

아이가 100일쯤되자 점차 피부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사진은 올리지 않았지만 지루성두피염이 생겨서 모든 머리가 다 빠졌고

항상 두 눈이 부어있어서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접히는 부위에 전부 진물이 났어요.

그리고 가려움때문에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머리를 긁어대서 머리에 항상 피가 가득했어요 ㅠㅠㅠ

 

저와 동생 둘다 어릴 때는 물론이고 사춘기 때 흔한 여드름마저 생기지 않았던 피부라...

엄마가 제일 놀라며 당장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해서 동네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아토피고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리도맥스를 처방해 주시며 하루 한번 얇게 발라주고 일주일이상 쓰지 말라고 했는데

돌이켜보면 가장 후회되는 일 중하나에요.

처음부터 피부과 전문의를 만났으면 아이의 고통이 덜했을 거 같아요.

 

첫 진단을 받고 리도멕스를 일주일 발랐지만 큰 차도가 없었고 

(지금 생각하면 연고 사용법에 가장 큰 문제가 있었어요.)

2차 병원에 가서 무한정 대기를 하고 락티케어 HC 로션을 처방받았고

주의사항과 사용방법을 자세하게 안내받았어요.

그리고 로션보다는 크림을 사용하라고 하시면서 "제로이드"를 추천해 주셨어요.

 

그 뒤부터 아이의 피부에 맞는 로션을 찾기까지 기나긴 시행착오가 시작되었죠.

 

 

1. 제로이드

쁘리마쥬에서 제일 처음 바꿨던 로션이에요.

의약용 로션이라 확실히 제형이 리치하고 발림이 좋았어요.

아토피 아이의 경우 온몸에 하루에도 수십 번 크림을 발라야 하기 때문에 촉감도 중요한데 만족스러웠어요.

단점은 의사의 진단하에 병원에서만 구매 가능하고 실비적용이 되지 않으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에요.

5년 전 기억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80ML 제품에 4.5만 원 정도 지불했던 걸로 기억해요.

제가 한국에서 살았다면 실비적용이 되어 가격 부담이 적고, 병원에서 장기 구매가 가능했겠지만

지속적으로 구매하기가 어려워서 다른 크림을 찾아야 했어요.

 

 

2. 피지오겔 a.i 핑크

 

 

애석하게도 저희 아이에게는 최악의 로션이었어요.

미국에서도 구매가 가능해서 잘만 맞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바르는 내내 아이가 아파했고(사용을 중단한 제일 큰 이유) 제로이드를 바를 빼 보다 보습이 부족한지

아이가 긁는 횟수가 더 많았어요.

 

 

3. 세타필 초록

세타필의 가장 큰 단점은 발림은 좋지만 피부에 흡수가 잘 되지 않고

피부막 위에 떠있는 느낌이 강하단 거예요.

제로이드의 경우 몇 번 두드려주면 금방 흡수가 되는데 세타필은 피부에 문질러 줘야 흡수가 잘 되어서

안 그래도 발진으로 인해 아픈 피부라... 로션 바르는 시간을 괴로워했어요.

 

 

4. 캘리포니아베이비

아토피 엄마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캘리포니아 베이비.

일단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고

아이 3명이 다 아토피여서 고생했던 아는 언니가 제일 효과를 크게 본 로션이라고 해서 구매했었어요.

보습력도 나쁘지 않고 제형도 바르기 편하지만 이 제품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지금은 개선됐을 수도... 5년 전 기억인걸 참고해 주세요.)

겨울에는 로션에 까끌까끌한 결정이 생긴다는 거예요.- 배송 중에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저 제품을 추천해 준 언니는 따뜻한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더라고요...ㅠㅠ

로션을 바르면서 결정이 녹아내리긴 하지만 아이의 피부에 자극을 더해주는 것 같아서 사용을 포기했어요.

제가 사는 곳이 한국보다 추운 지역인 것도 결정에 큰 몫을 했어요.

 

 

5. 아토팜 MLE 크림

친구가 자기 아이가 잘 쓰고 있다고 추천해 준 크림이에요.

제 아이 피부가 예민하지 않았다면 저도 이 크림을 대량구매해서 들고 갔을 거 같아요.

하지만 건조한 아이의 피부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크림이었어요.

 

 

6. 일리윤 세라마이드 아토 크림

한국을 떠나기 보름 전에 찾은 크림이에요.

올리브영에서 아무 기대 없이 샀는데.. 처음 바르는 순간 정말 심봤다를 외쳤어요!!!!!

제형과 발림이 제로이드 md와 매우 흡사해요.

보습력은 제로이드 md에 비하면 살짝 아쉽긴 한데, 대신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더 자주 많이 발라줄 수 있었어요.

여전히 제로이드 md 실비보험 가격이 저렴한지 모르겠는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그걸 추천하고.. 

저처럼 비보험 가격으로 구매해야 하는 분들은 대체제로 추천합니다.

저는 10통을 챙겨서 미국에 들고 왔었고, 그 이후로 역직구 해가며 아이가 4살 되는 해까지 썼어요.

 

+ 같이 사용했던 코팅용 제품들도 올려볼게요.

 

1. 비판텐

한국에 유통되는 비판텐 일반과 직구로만 구매 가능하다는 비판텐 안티셉틱 둘 다 써봤으나...

네... 저희 아이와는 썩 맞지 않았어요. 일반 로션과 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잘 맞는 아이들이 있으니 유명하겠죠??

 

2. 아쿠아퍼

제 아이가 신생아던 시절에는 "화해"어플이 인기였었는데...

성분이 좋지 않다고 한국 엄마들이 꺼려하던 제품이었던 거로 기억해요.

하지만 아이 상태가 좋아지기 전까지 제로이드, 일리윤과 함께 제 육아의 동반자였어요.

단독으로 쓰기보다 로션을 발라주고 평소에 심하게 발진이 올라오는 부위에

크림을 바르고 나서 코팅하듯 덧발라주면 발진이 심해지는 걸 막아주더라고요.

 

 

3. 바셀린

돌고 돌아 돌아오는 순정의 힘...!

터진 입술도 감쪽같이 돌려주는 마성의 바셀린.. 아쿠아퍼와 마찬가지로 크림을 발라주고 덧발라주면 좋았어요.

성분이 걔가 걔인 만큼 바셀린이랑 아쿠아퍼 둘 다 비슷한 효과가 있었어요.

 

 

 

 

현재 아이의 피부 상태가 궁금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5개월쯤 피부 상태가 최악을 찍었고, 한국에 들어오기 전 삼성의료원에서 전문의를 만났어요.

1차, 2차 병원에서 모두 아토피를 진단을 했었는데

삼성의료원에서는 아이의 병변을 보고 아토피라고 지금 확정을 짓긴 어렵다.

어릴 때 피부질환이 심해도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많고, 한국의 환경이 아이의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며

미국에 돌아가면 급속도로 호전될 거라 장담하셨어요.

 

제가 시골에 살고 있어서 미국에 돌아오자 점차 피부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도 음식알레르기와 자잘한 발진은 계속해서 일어났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심하지는 않았어요.

 

만 3세가 되기 전까지는 한국에만 가면 눈가와 귀 옆 부분이 붉게 부어서

누굴 만나도 아토피냐는 소리를 듣긴 했어요...... 하하;;;

만 4세가 되고 나니 한국에 가도 피부가 확 뒤집어지거나 가려워하지 않더라고요.

 

 

감히 추가하자면...

위의 작성한 제품들은 모두 "의사의 진단하에"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크림을

"의사가 권고하는" 가이드에 맞춰 발라주면서 함께 병행한 제품들이에요.

발진이 심해지면 진물이 나고 진물이 나면 항생연고까지 발라줘야 하니...

마음이 힘들더라도 의사의 진단이 있다면 꼭 스테로이드 크림을 같이 발라주시길 바라요.

 

아토피 가려움의 경우 모기에 물린 것의 x100만큼 괴롭다 하더라고요.

스테로이드 크림을 발라주면 아이가 덜 괴로워해요.

덮어놓고 사용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계신데.. 아이를 위해 꼭 발라주시길 바라요.

로션/크림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아기 아토피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심적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이해합니다 ㅠㅠ

많은 아이들이 나이가 들며 면역이 증가해서 좋아진다고 해요.

 

그러니 많은 민간요법의 유혹이 있지만

의사와 논의해서 아이가 괴로워하지 않게 함께 이겨가는 방법을 찾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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